2021년 12월 31일 금요일
2021년 픽시브에 쓴 짧은 한 마디
2021년 12월 27일 월요일
[성인물 리뷰] 주인공으로 분석하는 '귀축교사', 그 참을 수 없는 거부감.
[ 경 고 ]
1. 이 리뷰는 주인장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쓰여졌습니다. 따라서 리뷰 상에 언급되는 장점도 단점도 그저 주인장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 전 세계적인 생각이 아님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2. 이 리뷰는 '그동안 주인장이 본' 성인물(야설, 야겜, 야애니 등)을 대상으로 쓰여졌습니다. 따라서 리뷰 상에 '최고' 혹은 '최악'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주인장이 본 것들 중에서' 그렇다는 것임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아예 보지도 않은 성인물은 리뷰도 못합니다.
3. 리뷰란 것은 칭찬이든 비판이든 대상 작품의 발전, 하다못해 다른 작품이 반면교사라도 삼아달라는 의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칭찬만 쏙 빼먹고 비판에 열 올리지는 맙시다.
1. 리뷰에 앞서
-지금껏 내가 작성해온 '성인물 리뷰'는 하나의 성인물을 다각도에서 분석하는 리뷰들이었다. 이를테면 '캐릭터성', '스토리성', '완성도' 등등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에 '귀축교사'라는 작품을 리뷰하며 오직 주인공에 대해서만 분석하기로 했는데, 이는 2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로, 이 작품은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상업야설인데, 비록 일부분일지라도 돈을 내지 않고 본 나로서는 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리뷰하고 자시고 할 주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로, 모든 면에서 준수한 이 작품의 유일한 문제점은 주인공의 캐릭터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 (주인공으로 분석하는)리뷰
2-1. 비교군부터 정해보자.
-'귀축교사'의 주인공에 대해서 분석하자면, 우선 다른 우수한 야설들의 주인공이 어떠한지부터 알아보고 그들과의 비교를 통해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가장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우수한 야설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소라넷시절의 몇몇 할아범냄새 나는 야설도 좋아하지 않지만, 소라넷의 증발 무렵부터 범람한 '~썰' 방식의 술자리만담 같은 야설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또한 내 취향이 취향인지라 비교군의 장르가 다소 편중되어있다는 점도 미리 밝혀둔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비교군, 즉, 지금껏 내가 우수하다고 여겨온 야설들은 대충 3개 정도인데, 각각 '명문 예술고 여고생들 임신시키기', '세뇌학원', '막장의 찌질 고교생'이다. 물론 좀 더 궁리해보자면 몇 개의 야설을 더 꼽을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면에서 이미 자타공인 명작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 3개의 야설들만을 비교군으로 선정해도 리뷰를 시작하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2-2. 비교군의 주인공들에 대해 알아보자.
-'명문 예술고 여고생들 임신시키기'의 주인공 '이진우'는 이 세상에 처녀의 씨가 말라간다는 사실에 분노(...)해서 스토리를 시작하게 된다는 것 외에는 사실 꽤 평범한 편이다. 좋은 학벌과 좋은 집안에 괜찮은 외모를 갖고 있는 엄친아이기는 하지만, 악행을 벌이는 과정에 있어 가끔 실수도 하고 난관에 있어서는 고민도 하다가 남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또한 이진우가 저지르는 악행은 은근히 수위가 있지만, 그가 공략대상들의 매력에 헉헉대고 애정을 느끼는 장면에서는 어떠한 귀여움까지 느껴지는 등 비교군 주인공들 중에서는 가장 일반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야설의 존재 목적이 내 주장대로 '대리만족'에 있다고 한다면, 이진우는 단연 최고의 주인공이라고 평가해도 무리가 아니다.
-'세뇌학원'의 주인공 '칸자키 타쿠로'는 외모부터 취미, 생각까지 제대로 답이 없는 오타쿠씹새끼로, 이와 비슷한 오타쿠새끼들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이 역시 대리만족의 밑밥 정도는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타쿠로는 스토리를 시작한 직후에 세뇌술과 조심술 등등을 포함한 초능력을 익혀 거의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되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대리만족에 있어서는 낙제점인 주인공이다.(물론, 이 야설의 주제부터가 '초능력을 통한 세뇌'이기에, 이 점을 따지려면 아예 이 소설을 읽지 말아야 한다.) 다만, 타쿠로가 초능력을 얻기 전까지 그 행실에 걸맞게 주변인들에게 까이는 모습, 초능력을 익힌 직후에도 악행을 벌이며 하는 짓거리가 심히 오타쿠망상을 반영한 것들이라는 점은 확실히 웃음을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막장의 찌질 고교생'의 주인공 '강우석'은 다른 야설의 주인공들과 다르게 무력은 밑바닥이면서도 잔머리와 주둥이질로 자신의 욕구를 채워나가는 주인공이다. 강우석이 괜찮은 외모와 괜찮은 집안을 갖고 있다는 점, 공략대상들이 강우석의 협박과 함정에 걸려 강간을 당하고도 결국 화간관계가 되는 점은 현실적인 면에 있어서 대리만족에 장애가 될 수도 있지만, 그 대신 강우석은 잔머리와 주둥이질로 승부하는 주인공답게 정말 까일 때는 개까이고 행동과 사상이 실로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을 유발하는 등 주인공보정에 대한 밸런스는 충분히 맞춰주고 있다.
2-3. 그렇다면 귀축교사의 주인공은 무엇이 문제인가?
-'귀축교사'의 주인공인 '유찬'(그러고 보니, 나는 얘 성이 뭔지도 모르겠네.;;)은 재수학원의 심리상담사로, 자격증은 없지만 상담심리학 석사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을 뿐더러 공략대상을 보기만 해도 자칭 '블랙박스'라고 하는 형상과 색을 간파해 그에 걸맞는 공략을 진행할 수 있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 심지어 건장한 남자를 습격해서 제압하고 고문하는 것도 간단할 만큼 무력과 체력도 좋고, 향수와 차종과 음식 등의 온갖 브랜드를 독자들에게 줄줄 설명해줄 만큼 고상하기까지 하다.
여기까지만 봐도 웬만한 사람들은 유찬의 문제점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유찬은 그야말로 '정나미 떨어지는' 주인공의 표본으로, 좋게 말하면 자기 멋에 도취되어 사는 밥맛이고, 나쁘게 말하면 단순한 홍대병을 넘어 '너희 독자들과 나는 뿌리부터가 다르단다.'를 몸으로 보여주는 귀족병자이다. 애초에 앞서 말한 '블랙박스'라는 능력부터가 초능력이니 이미 보통의 인간도 아니지만, 그 외의 '완벽함' 만으로도 독자의 대리만족이 불가능한, 아니, 그냥 독자의 대리만족을 거부하는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절대적이며 재수 없기까지 한 귀족병자라면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위해서라도 뭔가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이 있어야 할 텐데, 유찬은 그런 것도 없다. 유찬에게는 '이진우' 같은 인간적임도, '칸자키 타쿠로' 같은 병신스러움도, '강우석' 같은 웃음 유발도 찾아볼 수 없으니까. 유찬은 그저 전형적인 차도남의 자태로 일말의 실수나 갈등이나 부족함도 없이 성노예를 만들어가며 겸사겸사 독자들에게까지 지식을 뽐낼 뿐이다. 물론, 그런 유찬이 성노예로 삼고자 정한 여자들은 유찬의 '블랙박스'에 인간상이 간파되고 유찬의 완벽함에 농락당하며 결국은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성노예들이 되는 과정을 피할 수 없고 말이다. 나는 '귀축교사'의 고작 일부분을 읽으면서도 항상 생각하고는 했다. 이 유찬이라는 새끼에게 고난이란 게 있을 수는 있는 걸까?
누군가는 소시오패스라는 표현도 아까운 유찬의 잔악함을 문제삼기도 한다. 하지만 잔악함으로 따지자면 유찬만한, 그리고 유찬보다 더한 야설 주인공은 널리고 널렸다. '칸자키 타쿠로'는 이미 잔악함에 있어서 유찬을 뛰어넘었고, '강우석'은 행동과 사상이 어처구니 없어서 그렇지 기본적으로는 '나만 만족하면 그 와중에 누군가가 죽어도 그만'이라는 소시오패스이다. 따라서 유찬이 야설의 주인공으로서 도무지 정이 안 가는 이유는 고작 잔악함 때문이 아니다. 걍 재수가 없다고. 대체 야설을 읽으면서 에르메스 사의 '오 드 메르베이 블루(Eau des Merveilles)'에 대해 알고 싶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3. 리뷰를 마무리하며
-내가 '귀축교사'의 주인공인 유찬을 개 잡듯이 까서 조금 오해를 불러일으켰을까봐 분명히 말하는데, '귀축교사'는 내가 소라넷시절의 야설부터 시작해서 우수한 야설 중에 하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만 줄줄 늘어놓아 소설을 쓴 건지 극본을 쓴 건지 모를 야설, 어디 동네 술집에서 친구한테 음담패설 늘어놓듯 ~썰 어쩌고 써갈긴 야설, 유치한 설정과 내용전개로 그냥 찍 싸고 만 야설, 시대착오적인 설정부터 절대로 끊지를 않는 문장까지 할아범냄새를 풀풀 풍기는 야설 등등이 난무하는 야설계에서, '귀축교사'는 문장력부터 스토리전개와 히로인들의 캐릭터성까지 훌륭한 작품이니까. 단, 주인공인 유찬의 캐릭터성은 그냥 어디 타임머신에 태워서 빅토리아시대 영국귀족들의 예술품품평회에나 보내주고 싶은 수준이다. 내가 주인공인 유찬의 밥맛 없음 하나 때문에 귀축교사 읽기를 포기했다면 설명은 충분한 것이겠지.
-나는 다른 사람들이 유찬이라는 캐릭터를 보며 정말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뭐, 누군가는 유찬처럼 성품 외에는 완전무결하며 귀족적인 자뻑인생을 살고 싶어할 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 생각을 묻는다면 대답은 한 가지이다. 유찬은 그냥 캐릭터성 자체가 내 인생에 가까이하고 싶지 않을 만큼 밥맛이 없는 존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