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순위들은 내가 가치를 낮게 보는 작가부터 높게 보는 작가 순으로 언급되어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즉, 1번이 1위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다.
1. 그림을 얼마나 잘 그리고(글을 얼마나 잘 쓰고)의 여부를 떠나서 설정만 만들어놓고 정작 만들어놓은 작품은 없는 인간
-내가 어째서 '작가'라는 호칭도 아닌 '인간'이라는 호칭을 쓰냐면, 난 이런 애들을 작가로조차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걔의 감춰진 그림실력이나 글실력도 부럽지 않아. 대체 지금껏 해놓은 게 뭔데?
2. 그림도 못 그리고(글도 못 쓰고) 이미 만들어진 남의 작품만 가져다 쓰는 작가
-내가 작가의 부류 중에 제일 가치를 낮게 보는 애들이 바로 이런 애들이다. 물론 누군가는 나에게 '그러는 너는 얼마나 잘 그리고 잘 쓴다고?' 할 지도 모르겠는데, 여기서 내가 말하는 '못 그리고 못 쓰는' 것은 단순히 그림체나 문체가 요즘의 유행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등의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림체만으로 따져보아도, 나는 노블레스 같은 그림체부터 가우스전자 같은 그림체, 삼국전투기같은 그림체, 덴마 같은 그림체까지 좋아하는 영역이 굉장히 큰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못 그리고 못 쓰는' 것은 어린애가 개발새발 휘갈긴 것마냥 진짜로 못 그리고 못 쓰는 것을 말하는 거다.
하지만 못 그리고 못 쓰는 것은 그리 큰 문제도 아니다. 그림체나 문체야 앞으로 꾸준히 노력해서 발전시키면 되고, 만약 노력을 해도 안 된다면 다른 작가와 협업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진짜 문제는 명색이 작가라는 인간이 허구헌날 유명한 게임이나 만화나 소설의 캐릭터와 설정만 빌려와 작품을 찍어내는 것이라고 본다. 심지어 아직 그림도 못 그리고 글도 못 쓰는 주제에 말이다. 이런 작가들은 '내가 한때 그런 과정을 거쳐서 실력을 늘렸기 때문에 오늘날 내 작품을 만들 수 있었어.'라는 소리를 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내 악평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작가들이 1번 작가들보다 나은 점은 뭐냐고? 얘네들은 최소한 작품이라는 것을 만들어내잖아. 그게 정말 온전히 자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3. 그림은 못 그리지만(글은 못 쓰지만) 주제와 설정과 캐릭터성을 직접 구상해 작품을 만드는 작가
-이런 작가부터가 내가 악평을 하지 않는 작가다. 여기서 말하는 '직접 구상한 주제와 설정과 캐릭터성'이라는 것은 무조건 독창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ㅅㅂ, 어디서 좀 본 것 같으면 어떻고 클리셰로 떡칠이 되어있으면 어때? 최소한 남이 이미 만들어놓은 작품을 가져다 쓴 건 아니잖아? 나는 이미 그것만으로도 창작자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작가들에게도 반드시 하고 넘어갈 말은, 작가로서 이름을 알릴 생각이라면 그림실력이나 글실력을 높이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창작성은 있으니까 부족한 부분은 다른 작가와 협업하면 된다고? 뭐, 돈이 많으면 그러든가...
4. 그림은 잘 그리지만(글은 잘 쓰지만) 이미 만들어진 남의 작품만 가져다 쓰는 작가
-나는 사실 이런 작가들보다 3번 작가들을 더 높게 쳐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얘네들은 그림이든 글이든간에 어쨌든 자기 분야에서 이미 성공했잖아? 과거에 누군가가 윤 뭐시기 만화가를 까면서 말했었다지? 걔랑 적대하는 뭐시기는 최소한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인데 윤 뭐시기는 자기 분야에서도 성공 못한 인간이라고. 뭐, 인생이 그런 거겠지.
하지만 내가 이런 작가들을 최고로 여기지 않는 이유도 분명히 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이런 작가들을 보며 한결 같은 의문점을 느껴왔는데, '왜 저 실력을 갖고도 좀 더 창의력을 발휘해서 자기 작품을 만들지 않는 걸까?'라는 것이다. 아니, 작가라면서 자기 작품은 안 만들 거야? 팬심으로 남의 작품을 가져다 쓰는 거라면 왜 커미션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상업작가라서 커미션을 받는 거라면 왜 원작자에게 로열티는 지불하지 않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나로서는 여러모로 이해할 수 없는 작가들이다.
-이런 작가들을 어디서 볼 수 있는지 궁금한가? 뭔가 작품 하나가 유행하면 픽시브 등의 사이트에서 그 작품의 제목을 검색해봐라. 그럼 이런 작가들을 아주 쉽게 만나볼 수가 있다. 예를 들면 '뷰티풀 군바리'라던가...ㅎㅎ
5. 그림도 잘 그리고(글도 잘 쓰고) 주제와 설정과 캐릭터성도 직접 구상해 작품을 만드는 작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들이 바로 이런 작가들이다. 사실 웹툰이나 웹소설에 진출해있는 대다수의 작가들이 이런 작가들이기도 하고. 4번 작가들이 아무리 남의 작품을 가져다 작품을 찍어내봐야 이런 작가들의 명성을 넘어서는 일은 없겠지. 아, 물론 4번 작가들도 분명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점은 부정할 생각이 없지만.
예전에 픽시브에서 어느 작가가 모두에게 자신의 방향성에 대한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작가의 그림체가 영 취향에 맞지 않았지만 그 작가가 언제나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온 작가임을 알고 있었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이런저런 조언을 참 길게도 늘어놨었다. 그 작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모든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으로 성공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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