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9일 목요일

[MC]거머리 여왕(Leech queen) -5편

[ 경        고 ]


1. 이 소설은 포르노 소설(야설)이며, 등장인물 중에 미성년자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성적 묘사 그 자체나 미성년자의 성적 묘사에 불쾌감을 갖고 계신 분들은 읽기를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2. 이 소설은 괴생명체 그 자체와 인간의 신체 파괴, 정신 개조, 강간, 숙주화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주제에 불쾌감을 갖고 계신 분들은 읽기를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3. 이 소설은 독자의 정신적인 대리만족을 위해 쓰여졌습니다. 이 소설 속의 내용들은 결코 현실이 아니며, 현실과 혼동하거나 현실에서 재현하려 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대가를 치를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오직 대리만족의 선에서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5편]




 “란사마, 오늘 되게 조용하네~? 수금도 안 하고~, 군기도 안 잡고~.”

 하교시간을 맞아 수나와 함께 숲길을 걸어가던 현지가 앞장서서 걷고 있는 라니에게로 슬쩍 말을 걸었다. 점심시간에 갑작스럽게 폭식을 하지 않나, 웬일로 하루 종일 다른 애들을 때리거나 협박하거나 돈을 뺏는 일 없이 지내지를 않나, 라니의 오늘 모습은 그녀의 단짝친구인 수나와 현지가 보기에 충분히 생소한 것이었다. 그 순간 요염한 진고동색 구두를 멈춰세운 라니는 얼른 현지를 돌아보며 발그레한 얼굴 위로 오만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야, 이년아. 이 언니 기분이 365일 하이할 줄 아니?”

 라니는 짐짓 센 척을 하며 받아쳤지만, 그녀는 왼손으로 오른팔 맨 위를 움켜쥐어 왼팔로 교복블라우스의 가슴부분을 가로지른 채 미세하게 솟은 젖꼭지의 모양새를 가리고 있었다. 라니는 젖꼭지의 모양새가 자신의 왼팔에 눌릴 때마다 날카롭게 다듬어진 눈썹을 움찔거리며 오만한 미소가 드리워진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현지는 그런 라니의 얼굴을 보며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냐? 혹시 감기?”

 “그러게? 점심때도 얼굴이 좀 붉어보이더라니. 어디 봐.”

 뒤이어 호응한 수나는 배구로 단련된 오른손을 뻗어 라니의 이마를 짚어보려 했다. 그 순간…

 ‘탓!’

 “아!”

 라니의 날쌘 손짓에 오른손이 걷어내진 수나가 살짝 아프다는 소리를 내며 라니를 노려보았다. 라니는 악랄한 일진여왕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당황한 표정으로 얼른 변명했다.

 “나,나는 진짜 괜찮으니까 말이지! 빠,빨리 한 대 빨러 가자.”

 수나는 그대로 돌아서는 라니의 행동에 조금 기분이 상했지만, 그 정도의 일을 꼬치꼬치 따질 만한 성격도 아니요, 라니의 제멋대로 성격을 한두 번 상대해온 것도 아니었기에 그저 못마땅한 표정으로 라니의 뒤를 따라나섰다. 새까맣게 반짝이는 서클렌즈 눈동자로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던 현지는 자신이 먼저 나서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라니가 수나의 손을 거부한 것은 그녀가 싫어서라든가 그녀의 손이 자신의 이마에 닿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어처구니없게도 그 반대의 이유 때문이었다. 라니는 검은색 생머리를 양옆으로 내린 수나가 하얗게 화장된 얼굴과 검은색 마스카라로 날렵하게 꾸며져 가라앉은 눈매와 새빨간 입술을 뽐내며 자신에게로 오른손을 내밀어오는 순간 어째서인지 코피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성적으로 과하게 흥분하여 코피가 나오는 것은 어디 개그물에서나 등장할 법한 장면이었지만, 라니는 수나의 오른손이 그대로 자신의 이마에 닿았더라면 그 장면이 현실에서도 연출되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수나와 현지를 이끌고 일진아지트에 들어선 라니는 여전히 왼손으로 오른팔 맨 위를 움켜쥐어 왼팔로 교복블라우스의 젖꼭지부분을 가린 채 오른손에 든 담배를 빨아내며 생각했다. 코스튬플레이에 빠져 살며 외모만 매력적이라면 가상의 캐릭터든 실제 사람이든 여자에게도 은근히 관심을 가져온 자신이었지만, 그렇다고 단짝친구인 수나에게 그 정도의 흥분을 느낄 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당혹감에 휩싸인 라니의 자궁 속에서 분신과 함께 꿈틀대던 거머리 괴물이 그런 라니를 조롱했다.

 ‘그렇게 단짝친구들을 범하고 싶으면 그냥 범해버리지 그러느냐? 장소도 너희들의 아지트인 데에다, 인간도 너희밖에 없으니 말이다. 흐흐…….’

 ‘마,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욧!’

 라니는 얼굴 가득 홍조가 핀 주제에 마지막 이성을 유지하며 속으로 받아쳤다. 라니를 노예로 만든 지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 거머리 괴물도 라니를 급하게 몰아댈 생각은 없었다. 거머리 괴물은 그저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라니의 자궁 속에서 촉수들을 움직여 최음향이 섞인 녹색 점액을 발라나갔다.

 “흐음… 흐으음…”

 발그레한 얼굴로 눈을 감은 라니는 담배가 들린 오른손을 바르르 떨며 콧구멍으로 연신 담배연기를 뿜어냈다. 용가리가 감정을 참으며 콧김을 내뿜는 듯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수나와 현지는 이내 서로를 곁눈질하고는 제각기 내뱉었다.

 “으…으음. 우린 이만 갈까?”

 “그…럴까? 그러고 보니, 나도 할 일이 생각나서…….”

 라니는 그 소리에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단짝친구들이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그 이상 헤아려주지 않고서 자리를 피하려 드는 것이 못내 야속해 날카롭게 다듬어진 눈썹을 찌푸렸다.

 ‘그래……. 얼른 가버려라, 썅년들아. 빨리 가버리지 않으면 내가 니들을 어떻게 해버릴 지도 모르니까……!’

 라니는 선홍색 입술 속으로 이빨을 꾹 깨물며 생각했다. 라니의 뇌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던 거머리 괴물은 그런 라니에게로 장난스럽게 칭얼거렸다.

 ‘왜~. 지금 한 명씩 따로 끌어내서 범하자니까~.’

 ‘좀……, 좀 그만해요……!’

 날카롭게 다듬어진 눈썹 사이를 들어올린 라니가 괴롭다는 표정으로 생각했다. 일생을 오만하고 안하무인하게 살아온 라니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괴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애원하듯 쏘아붙이는 그 모습이 은근히 에로틱해 거머리 괴물을 만족시켰다. 거머리 괴물은 녹색 점액을 질척거리며 라니의 자궁 내벽 곳곳에 최음향을 흡수시켰다.

 “야, 란사마. 우리……, 이만 간다……?”

 오른손에 든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려 새까만 칼구두로 밟아 끈 수나가 슬쩍 라니의 안색을 살피며 내뱉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온 몸을 가늘게 움찔거리던 라니는 담배가 들린 오른손을 휙 저어 인사를 대신했다. 수나는 그런 라니의 태도가 불쾌한 듯 새빨간 입술을 살짝 삐죽였지만, 이내 현지를 곁눈질하며 내뱉었다.

 “가자, 양댕아.”

 “으,으응.”

 옆머리가 리본으로 장식된 자신의 갈색 버섯머리를 만지작거리던 현지도 라니의 눈치를 보며 떨떠름하게 화답했다.

 ‘텅’

 “하아… 하아…”

 수나와 현지가 일진아지트의 철문을 닫고서 떠나버리자 뒤쪽의 구조물에 엉덩이를 걸친 라니가 무너지듯 신음을 쏟아냈다. 라니의 오른팔 맨 위에 놓여있던 왼손이 미끄러지듯 내려지자 그때껏 왼팔에 가려져온 그녀의 교복블라우스 젖꼭지부분이 미세하게 솟은 모양새를 훤히 드러내고, 회색 오버니삭스에 감싸여 바들거리는 그녀의 양 다리 사이로도 연분홍색 레이스팬티를 넘어선 애액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안타깝군. 라니의 이 음란한 모습을 수나와 현지가 가까이에서 지켜봤어야 하는 건데. 흐흐…….’

 ‘씹……. 안 다물래요?!’

 괴로운 표정으로 짜증스럽게 생각했던 라니는 곧 자신의 어리석음을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빠지지지지직-’

 “히이익!”

 검푸른색 마스카라로 꾸며진 눈매를 부릅뜨며 천박한 비명을 내지른 라니는 그대로 낡은 시멘트바닥에 무너지듯 엎드려버렸다. 하루 종일 몸을 달궈놓은 최음향이 고통을 덜어주지 않았더라면, 이번에야말로 라니는 그 자세로 오줌을 뿜어내고 말았을 것이다. 거머리 괴물의 촉수가 옆으로 길게 파고들어 뿌리내린 라니의 척추마디마다 찌릿한 여운이 감돌았다.

 ‘아…알았어요……. 말… 잘 들을 테니까……!’

 라니는 낡은 시멘트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움찔거리며 속으로 애처로운 목소리를 냈다. 거머리 괴물은 만족한 듯 라니의 자궁 내벽을 촉수로 문질거리며 말했다.

 ‘그래. 그래야 착한 아이지. 흐흐…….’

 “하아… 하아…”

 라니는 엎드린 자세 탓에 아래팔과 회색 오버니삭스 무릎부분이 먼지로 더럽혀졌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가쁜 숨을 내쉴 뿐이었다. 파르르 떨리는 라니의 푸른색 서클렌즈 눈동자 속으로 시멘트바닥에 뭉개진 담배꽁초들, 그 중에서도 오늘 수나가 버려놓은 담배꽁초가 필터부분에 찍힌 새빨간 립스틱자국을 뽐내며 담겨왔다.

 ‘저건 수나의 것이로군. 하얗게 화장된 얼굴 위에 칠해진 붉은색 립스틱이 꽤나 도발적인 아이지.’

 불순한 의도를 품은 거머리 괴물이 라니의 뇌를 울리며 중얼거렸다. 자궁에서부터 번져오는 뜨거운 기운에 표정이 녹아내린 라니는 수나가 버린 담배꽁초의 새빨간 립스틱자국을 몽롱하게 바라보았다.

 ‘수나의 립스틱자국을 핥고 싶은 거지?’

 ‘…네,네?! 무…무슨……!’

 거머리 괴물의 노골적인 물음에 라니가 흠칫 놀라며 속으로 부정하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거머리 괴물에게 있어 예쁘장한 외모로 남자들을 유혹하는 데에 사용하기 좋은 현지와 제법 싸움실력이 있어 또래의 사람들을 제압하는 데에 사용하기 좋은 수나는 라니가 자신을 위해 잘 확보해놓은 노예후보일 뿐이었다. 이미 라니는 자신의 뇌와 눈을 통해 자신의 단짝친구인 그녀들의 정보를 거머리 괴물에게 기꺼이 제공했지 않은가. 거머리 괴물은 앞으로의 작업을 위해 라니의 뇌 속에 미약하게 존재하던 욕구를 증폭시키며 부드럽게 부추겼다.

 ‘수나와 간접키스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주위를 둘러보렴.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너를 방해하지 못해.’

 라니는 그 소리에 이끌리듯 푸른색 서클렌즈 눈동자를 움직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확실히 낡고 어두운 일진아지트 안에 존재하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이 안에서라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바깥에 알려지거나 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마침 눈앞에 놓인 담배꽁초에는 달콤한 느낌이 풍기는 수나의 새빨간 립스틱자국이 남겨져있다. 한 마리의 고양이처럼 엎드려 푸른색 서클렌즈 눈동자로 수나의 새빨간 립스틱자국이 찍힌 담배꽁초를 바라보던 라니는 의식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저걸 핥고 싶은 걸까……?’

 라니의 이성은 간단명료하게 그 더러운 담배꽁초를 핥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입에 물었던 것도 모자라 발로 밟아 끄느라 흙먼지투성이가 된 담배꽁초를 핥는다는 것은 설사 그 다른 사람이 단짝친구라 해도 라니의 오만한 자존심이 결코 허락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그러나 혼란해지기 시작한 라니의 뇌는 어긋난 생각을 이어가며 자신의 음란한 본능과 추악한 욕망을 자극했다.

 ‘사실… 난 수나의 입술을 맛보고 싶은 적도 있었어…….’

 푸른색 서클렌즈 눈동자가 끈적해진 라니는 선홍색 입술 사이로 스며나오는 침을 살짝 핥아냈다. 딱딱하게 솟아오른 라니의 고동색 젖꼭지가 타이트한 회색 스포츠브라와 퇴폐적인 교복블라우스에 바짝 당겨져 찌릿하게 저려왔다.

 ‘그래……. 간접키스일 뿐이잖아……? 진짜로 덮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이미 버린 거니까…….’

 어느덧 라니는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살짝 교활한 미소를 드리우며 생각했다. 음란한 본능과 추악한 욕망이 이성을 덮어버린 라니는 이미 담배꽁초에 묻은 먼지와 구둣발자국 따위를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거머리 괴물은 라니의 자궁 속에서 꿈틀대며 히죽거렸다.

 ‘바로 그거다, 라니. 흐흐…….’

 이처럼 거머리 괴물이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노예를 조종하는 방식은 노예의 뇌를 조작하여 강제로 근육들을 움직이거나 노예의 뇌 속에서 찾아낸 욕구를 증폭시키고 왜곡하여 노예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거머리 괴물에게 있어 덜 힘들고 보다 안전하면서도 더 재미있는 방식은 후자였다.

 ‘핥아라, 라니. 수나의 새빨간 입술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어차피 간접키스일 뿐이니까 부끄러워하거나 죄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자신의 뇌를 울려오는 거머리 괴물의 목소리에 푸른색 서클렌즈 눈동자를 탁하게 한 라니가 속으로 대답했다.

 ‘…네…….’

 라니는 그대로 검푸른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오른손을 뻗어 수나가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를 집어들었다. 라니는 수나의 새빨간 립스틱자국이 찍혀있는 담배꽁초 필터부분을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만지작거리며 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마치 수나의 새빨간 입술을 만지작거리듯 라니의 오른손 엄지와 검지가 요사스럽게 움직였다.

 ‘헤릅…’

 라니는 마침내 선홍색 입술 사이로 간교하게 혀를 내밀어 담배꽁초 필터부분에 찍혀있는 수나의 새빨간 립스틱자국을 핥았다. 그 추악한 행위 속에서 라니는 거머리 괴물이 보내온 전기자극과 최음향으로 인해 가벼운 절정을 맞이했다.

 “흡……! 흐으음……!”

 푸른색 서클렌즈 눈동자를 위로 들썩이며 신음을 터뜨린 라니는 엎드린 자세 그대로 초미니교복치마에 감싸인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고급스런 속치마 아래로 뻗어진 라니의 양 허벅지에는 녹색이 섞인 애액이 안쪽으로 흘러내려 회색 오버니삭스의 윗단을 적시고 있었다.

 ‘그래. 어떤 기분이냐, 라니?’

 자신의 뇌를 울리는 거머리 괴물의 능청스러운 물음에 라니가 혀에 묻은 흙먼지를 삼켜내고는 속으로 대답했다.

 ‘조…좋았어요……. 생각했던 것보다도 달콤하고…….’

 니코틴향이야 라니가 흡연자이니까 넘어가더라도 흙먼지맛과 수나의 립스틱맛이 좋을 이유는 없었지만 말이다. 스며나오는 웃음을 삼켜낸 거머리 괴물은 조용히 촉수들을 움직여 수나와의 간접키스에 빠져있는 라니를 좀 더 황홀하게 해주었다.

 ‘추릅… 헤릅…’

 부잣집 외동딸이자 유명한 여고생 코스튬플레이어요 한 학교의 일진리더라는 자기 나름대로의 지위를 모두 잊고서 단짝친구와의 간접키스를 위해 그녀가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를 달콤한 사탕처럼 핥짝이고 있는 라니의 퇴폐적인 모습은 저급한 음란함을 자아냈다. 거머리 괴물은 라니가 담배꽁초의 필터부분을 온통 침으로 적셔놓은 뒤에야 느물느물 내뱉었다.

 ‘음…….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그 누구도 라니를 방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군. 아까 수나와 현지가 나가고 나서 문을 잠그기는 했던가? 흐흐…….’

 “…핫!”

 그 순간 탄성을 내뱉으며 오른손에 든 담배꽁초를 떨어트린 라니는 퍼뜩 고개를 돌려 일진아지트의 철문을 바라보았다. 철문은 별다른 인기척 없이 닫혀있기는 했지만, 역시 잠금쇠는 걸려있지 않았다. 다리가 풀려 일어서려야 일어설 수가 없는 라니는 양 무릎을 모아 꿇어앉은 채 다시금 왼팔을 교복블라우스 가슴부분에 가로지르며 발그레한 얼굴로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그걸 이제 말해주면 어쩌자는 거에요?! 다른 애들이라도 들어왔으면 어쩔 뻔 했어요?!’

 라니는 달뜬 숨을 내쉬면서도 선홍색 입술을 삐죽이며 속으로 쏘아붙였다. 그런 라니의 태도는 분명 건방졌지만 그녀 특유의 매력이 잘 살아있기도 해서 거머리 괴물도 웃으며 넘어가주었다.

 ‘이곳에 들어올 인간들이래봤자 전부 라니, 네 부하들이 아니냐. 네가 입막음해버리면 되지. 흐흐…….’

 ‘그…그거야… 그렇지만요……!’

 어이없는 거머리 괴물의 능청에 어처구니없는 라니의 화답이었다. 거머리 괴물은 라니의 뇌에서 읽어들인 정보를 바탕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이 장소에 올 인간이라면 그 준재라는 녀석 정도이지 않느냐. 그 녀석은 언제 오는 거지?’

 라니는 준재의 이름을 듣자마자 날카롭게 다듬어진 눈썹을 찌푸리며 속으로 지껄여댔다.

 ‘그 녀석은 오늘 안 올 거에요~. 내가 오늘 하루 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말이죠. 종놈은 주인아가씨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거에요~!’

 ‘흠……. 그 정도란 말이지?’

 거머리 괴물은 라니의 그 추악한 인성과 오만함이 어이없으면서도 그런 준재의 복종심이라면 그를 노예로 만든 뒤 라니를 사용하여 별다른 길들임 없이 바로 써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거머리 괴물은 라니의 자궁 속에 최음향 섞인 녹색 점액들을 질척거리며 홀로 생각했다.

 ‘좋아. 일단 오늘은 라니에게 복종식을 치르게 하여 완전한 내 노예로 삼는 것에 집중하자. 준재든 수나든 현지든, 그들을 노예로 만드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물론 라니가 내 노예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녀의 엄마인 미향부터 다음 노예로 만들어야겠지만. 흐흐…….’

 그 사이 회색 오버니삭스에 감싸인 다리를 바들거리며 일어선 라니는 여전히 발그레한 얼굴로 끈적한 숨을 내쉬었다. 아래팔과 회색 오버니삭스의 무릎부분이 먼지로 더럽혀져있고 혀에도 흙먼지 맛이 남아있었지만, 라니는 오늘 경험한 수나와의 간접키스가 아직도 여운으로 남아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대기업들의 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의 중심가. 그곳에 위치한 카멜리아 본사는 고급의류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답게 건물 내부조차도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의 인테리어로 장식되어있었다. 카멜리아 본사의 고층에 위치한 서비스관리본부장실 앞에서는 목둘레선이 자주색으로 이루어진 검은색 원피스유니폼을 입은 2명의 여사원이 문의 양 옆에 서서 정중한 자세로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본부장님~.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십시오~.”

 그런 두 여사원의 목소리와 자세와 표정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어 그녀들이 얼마나 철저한 교육을 받아온 엘리트들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또각…또각…’

 “그래요. 예진 씨도, 봄이 씨도.”

 두 여사원의 사이로 상아색 하이힐을 내디디며 짧게 화답하는 것은 그녀들의 직속상사인 서비스관리본부장 미향이었다. 살구색 스타킹에 감싸인 미향의 다리가 도도한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진남색 정장상의의 왼쪽 가슴부분에 달린 그녀의 이름표도 고위간부임을 알려주는 금색 테를 반짝이며 가볍게 들썩여졌다. 그저 올라오는 서류에 사인을 하고 가끔씩 사원들의 복장과 인사 태도를 점검하는 것 외에는 별달리 하는 일이 없는 미향이었지만, 허울뿐인 직책일지라도 서비스관리본부장으로서 일해온 시간들이 시간들인지라, 두 여사원의 정중한 인사를 받으며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제법 기품이 느껴졌다.

 “후우…….”

 미향의 뒷모습이 저만치 멀어지고서야 두 여사원은 유지하던 자세와 표정을 풀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검은색 원피스유니폼의 왼쪽 가슴부분에 ‘Camellia 서비스관리본부 - 한봄 / Lily Han’이라는 이름표를 단 여사원이 맞은편의 여사원을 보며 속삭였다.

 “본부장님 퇴근할 때마다 이러는 거, 진짜 바보 같지 않아요?”

 “새삼스럽게 뭘 그래? 시키니까 하는 거지, 뭐.”

 검은색 원피스유니폼의 왼쪽 가슴부분에 ‘Camellia 서비스관리본부 - 전예진 / Claire Jeon’이라는 이름표를 단 여사원이 무미건조하게 화답했다. 미향의 직속부하인 예진과 봄은 몸가짐의 생활화를 핑계로 미향의 퇴근 때마다 가식적인 인사를 올려야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며 각자 퇴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편, 임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미향은 어느 여성보안사원이 지키고 서있는 임원용 주차장 출입구로 다가갔다. 흰색 와이셔츠를 제외한 정장상의와 넥타이, 정장바지와 구두를 전부 검은색으로 맞춰입고서 정장상의의 왼쪽 가슴부분에 ‘Camellia 가디언즈시스템 - 조혜령’이라는 이름표를 단 여성보안사원은 검은색 마스카라로 날카롭게 올린 눈매를 감으며 미향에게 묵묵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혜령이 고개를 들어올리자 뒤로 완전히 넘겨 위로 묶어둔 그녀의 검은색 머리카락이 등을 타고 섹시하게 늘어져내렸다.

 “서비스관리본부장님 퇴근하십니다.”

 ‘찰칵’

 혜령이 오른쪽 귀에 끼워져있던 이어폰의 마이크를 오른손으로 집어들어 보고하자, 보안실 쪽에서도 얼른 임원용 주차장 출입구를 개방해준다. 미향은 임원용 주차장 출입구나 지키고 있을 만큼 직급이 낮은 혜령에게 고개만 살짝 끄덕여 거만한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후, 회사를 벗어난 미향은 어째서인지 그녀의 고고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삼성산 산자락의 오래된 집들 사이로 자신의 와인색 외제차를 몰아갔다. 달동네라 불러도 좋은 그곳의 맨 끝, 그야말로 산과 맞닿아있는 곳에는 점집표시를 걸어놓은 아담한 한옥이 자리하고 있었다. 미향이 외제차를 멈춰 내려선 곳은 바로 그 한옥 앞이었다.

 “선녀님. 저, 미향이에요.”

 열려있는 대문 안으로 들어선 미향이 창호지문을 향해 차분히 인사하자, 그 안에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화답해왔다.

 “네, 미향 님. 들어오십시오.”

 미향이 곧 창호지문을 열어 공개한 방 안은 기묘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양쪽 벽면에는 고전적인 화풍의 장군상이 그려져있었고, 뒷벽에는 한자를 흘려 써서 무엇을 써놓은 것인지 알 수 없는 병풍이 넓게 세워져있었으며, 방 한쪽에 놓인 촛대에는 흰색 양초가 세워져 은은한 불빛을 발하고 있었다. 점을 보는 도구들이 놓인 전통상 너머에는 검은색 긴 생머리 속으로 은은한 문양의 머리띠를 두른 젊은 여성이 동양풍의 고전적인 흰색 옷을 입고 앉아있었는데, 나이도 본명도 알려지지 않은 채 그저 ‘자양선녀’이라고만 불리는 그 젊은 여성은 앉은 자세 그대로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미향에게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미향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가요? 후후…….”

 고고한 여사안경 아래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화답한 미향이 방 안으로 들어가 조용히 창호지문을 닫았다. 자신의 회사에서는 고위간부로서 고고한 태도와 거만한 표정을 유지하고 다니면서도 자양선녀 앞에서는 정중한 태도를 보이는 미향의 모습이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미향이 전통상을 사이에 두고서 자양선녀와 마주앉은 직후였다.

 “미향 님. 실은 저도 미향 님이 이렇게 연락을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얼굴로 말을 꺼내는 자양선녀의 모습에 미향은 조금 놀랐다. 그동안 약간의 친분이 쌓였다고 해도 그녀는 어디까지나 무당, 손님 중에 한 명인 자신이 연락해주기를 기다릴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미향과 자양선녀의 인연도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 옛날 최도술의 사망으로 카멜리아의 경영권이 전문경영진에게 맡겨지자 다급해진 미향은 회장 자리를 얻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는데, 그 중 하나가 한심하게도 점술의 힘을 빌리는 것이었다. 미향은 돈을 아끼지 않고 용하다는 무당들을 찾아다녔으나 당연히 효험이 없었고, 다만 그 와중에 공손하고 신통력이 있어보이는 자양선녀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왜죠? 무슨 일이 있나요?”

 여사안경 속의 눈을 동그랗게 뜬 미향이 묻자, 자양선녀는 어두운 얼굴로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미향 님. 불쾌하게 여기지 말고 들어주십시오. 지난 밤 꿈에 장군님께서 제게 이르시기를, 머지않아 미향 님에게 흉마가 다가올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야말로 뻔하디 뻔한 영업용 멘트였지만 자양선녀를 신뢰하고 있는 미향은 여사안경 아래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흉마…라니요? 대체 무슨 의미죠? 네?”

 “그게…….”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떨어뜨리며 연한 입술을 깨물던 자양선녀가 솔직하게 고백했다.

 “실은 저도 좀 더 자세히 듣고자 하였으나… 장군님께서 그 이상의 말씀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따로 점을 쳐보기도 했습니다만 그것이 어떠한 흉마이고 어떻게 다가온다는 것인지는… 도무지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미향은 신통하다고 믿는 자양선녀가 평소답지 않게 두루뭉술한 소리를 하는 것이 불만스러웠지만, 어쨌든 여사안경 아래로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요청했다.

 “선녀님. 그럼 저에게 화를 피할 수 있는 부적이라도 하나 써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그제야 다시금 시선을 올려 미향을 본 자양선녀가 진지한 얼굴로 화답했다.

 “부적이야 써드릴 수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 흉마는 부적으로 피할 수 있는 흉마가 아닌 것 같습니다. 대신 이번 주말 정도에 다시 한 번 이곳을 찾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때까지는 저도 그 흉마에 대해 최대한 알아보겠습니다.”

 빈말을 하는 것 같지 않은 자양선녀의 분위기 앞에서, 미향은 여사안경 아래로 불안한 표정을 드리운 채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쟤도 신기가 다 됐나? …뭐……, 주말에 이야기를 들어보면 되겠지.’

 자양선녀와의 만남을 마치고 자신의 와인색 외제차에 올라탄 미향이 찝찝한 기분으로 생각했다. 단순히 조언이나 구할까 하여 자양선녀를 찾아갔던 것이 괜한 불안감만 짊어지고 돌아가는 꼴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자신의 하나뿐인 딸이 지금 어떤 끔찍한 일들을 겪고 있는지, 장차 자신에게 어떤 인간 이하의 행동을 저지를 것인지 알 리 없는 미향으로서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지만.

 붉은 노을이 조금씩 잦아들어갈 무렵, 미향의 대저택 앞에 다다른 라니는 검푸른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오른손을 대문 한쪽의 곁문에 내밀었다. 라니의 오른손 손목에 매어진 새까만 가죽팔찌가 곧 다이아몬드 모양의 금속장식을 반짝이며 곁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지-이잉-’

 그 광경을 탁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는 라니의 몽롱한 얼굴에는 홍조가 가득했다. 거머리 괴물에 의해 하루 종일,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제 저녁부터 발정상태를 이어간 라니는 이미 이성마저 성욕으로 녹아내린 채 퇴폐적인 교복에 감싸인 온 몸을 흠칫거리며 뜨거운 숨을 흩뿌리고 있었다. 게다가 라니의 초미니교복치마 속에서는 이미 흠뻑 젖어 제 기능을 상실한 연분홍색 레이스팬티가 녹색이 섞인 애액을 흘려뜨리며 에로틱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런 꼴로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 라니가 스스로의 망상대로 택시기사에게 강간을 당하지 않은 것이 용할 정도였다.

 “후후후…….”

 라니는 백미러를 통해 자신의 발정한 자태를 연신 흘끗거리던 택시기사의 모습을 되새기며 비릿한 미소로 웃음을 흘렸다. 만약 거머리 괴물의 명령이 곁들여졌더라면 라니는 오늘 자신을 태워다준 택시기사를 유혹해 그를 거머리 괴물의 노예로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이미 라니의 자궁 속에는 다른 사람을 노예로 만들 수 있는 거머리 괴물의 분신이 2마리나 번식되어 꿈틀대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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